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기독교와 종교

1. 나의 아버지는 무교, 어머니는 천주교 신자이시다. 덕분에 나는 어릴 적에 꾸준히 성당을 다녔고, 심지어 세례도 받았다. 신부님, 수녀님들 모두 늘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어머니가 쓰시는 하얀 면사포도 좋았다.
 내가 더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정서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과학자로 키우고 싶어하셨다. 매달 우리집에는 과학잡지가 배달되었고, 자연과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 온가족이 모여 시청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의 책을 아버지를 졸라서 구입하고는,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읽었다.
 이들 과학 저서에 담긴 이야기와 성당에서 배우는 성경의 내용은 너무도 달랐다. 이삭에 대한 하나님의 시험은 잔인해보였고, 이스라엘인에 대한 하나님의 편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집에서 가장 현명하신 아버지가 지옥에 가야만 하다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연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믿지 않게 되었고,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나는 믿지 않는다.'라며 공언할 수 있게 되었다.

 종교의 핵심, 즉 '신이란 존재하는가'에 대한 나의 생각은 큰 줄기에 있어서 버트런드 러셀과 일치한다. 나 역시 불가지론(不可知論)을 인간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서 기독교인들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도입한 제1원인론의 논리를 거부한다.

 제1원인론은 '모든 존재자(存在者)는 그 원인이 있다.'라는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부모님의 존재 덕분에 태어났고, 이러한 논의를 반복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에는 궁극의 제1원인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위 논리는 아주 쉽게 논파할 수 있다.
1) 모든 존재자에 원인이 존재한다면, 하나님도 그 원인이 존재해야만 한다.(하나님의 하나님이 필요하다)
2) 모든 존재자에 원인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 하나님이라는 제1원인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위의 1),2)의 어떤 경우에서도 하나님이란 존재를 가정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결국 '하나님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불가지론이 결론으로 유추될 수 밖에 없다.

 위 책의 '13.하나님은 존재하는가' 편에는 러셀과 코플스턴 예수회 신부가 TV공개토론을 하면서 주고받은 논쟁이 실려 있다. 이들은 제1원인론을 두고 설전하는데 형이상학적인 표현이 낯설을 뿐, 본질적인 내용은 위 논의와 다를 바가 없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존재자는 그 원인이 있다.'라는 명제 자체가 이미 데이비드 흄 이후로 믿을만 하지 않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주장으로 판명되었다는 거다. 흄은 인과관계와 귀납법은 순환 논증을 통해서만 증명될 수 있으므로(=증명될 수 없으므로), 인과관계와 귀납법으로 새로운 진리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 사실은 종교 뿐만 아니라, (내가 보다 신뢰하는) 과학에게도 치명상을 입힌다.
 버트런드 러셀은 (내 생각엔) 아마도 과학은 기존의 자연법칙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심하는 회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종교는 거의 의심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제1원인론이 입증되었다 한들, 기독교가 진리임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도 방대하고 신비로운 우주에 비하여 믿을 수 없을만큼 작고 보잘 것없는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인간과 꼭 닮은, 인간에게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주고, 인간의 윤리관을 보유한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은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너무나 망상적인 것이다.


2.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주류 기독교인들이 보여주는 행태에 문제가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세금만이라도 제대로 내면서 나쁜 짓을 했으면 좋겠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926090704579&p=sisain

 이에 대해서는 위 기사가 내 눈에는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뭐라 더 덧붙일 말이 없다. 정말 좋은 기사.

'교회 면세'는 정교분리 원칙의 준수, 그리고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가 불가피한 일반 납세자들을 설득할 정도의 공공성을 교회가 보장할 때 사회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만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종교인 면세'에는 어떤 사회적 정당성도 없다. 보수 개신교계 목회자들이 정당을 만들어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목회자들이 개인 소득세를 기꺼이 납부하고 소속 교회의 면세 특권을 포기할 때 진정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양'의 '무상'을 그토록 혐오하면서, '목자'만 '무상'을 누리겠다면 누가 '기독교 정당'을 기꺼워하랴.

댓글 없음: